암호화폐 시장에 투기성이 극대화된 '무기한 선물'이 인기를 끌며 미국에서도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JS)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퍼프스(perps)로 불리는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은 거래소가 제공하는 레버리지에 따라 단기간에 초기 투자액의 10배나 20배, 심지어 100배까지도 수익이 가능한 반면 투자 원금을 다 잃을 수도 있는 초위험 파생상품이다.

퍼프스는 명칭상 선물로 불리지만 선물과 달리 만기가 없다. 이론적으로는 원하는 한 무기한 보유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옵션처럼 행사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현재의 암호화폐 가격 움직임에 따라 바로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구조다. 단순히 암호화폐의 가격 방향에 베팅하는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레버리지가 제공되면서 수익과 손실이 극대화된다. 예를 들어 한 트레이더가 500달러로 비트코인 상승에 베팅하는 퍼프스 롱(강세) 포지션을 취했다고 하자. 여기에 10배 레버리지를 적용하면 이 트레이더는 500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에 노출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10% 오르면 이 트레이더는 5000달러의 10%, 즉 500달러의 수익을 얻어 초기 투자금 대비 100%의 수익률을 거두게 된다. 반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10% 떨어지면 투자 원금 500달러를 다 날리게 된다.

여기에 퍼프스 가격과 현물가격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펀딩 수수료(funding rate)라는 제도가 부가된다. 퍼프스 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게 거래될 경우 비트코인 강세 포지션에 있는 투자자들이 상대방에게 펀딩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 숏(약세) 포지션에 있는 투자자들은 펀딩 수수료를 받게 된다.

반대로 퍼프스 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게 거래되면 숏 포지션 투자자들이 롱 포지션 투자자들에게 펀딩 수수료를 낸다. 이 펀딩 수수료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퍼프스를 무기한 보유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퍼프스를 오래 보유할수록 펀딩 수수료 때문에 수익이 줄고 원금까지 깎아 먹을 수 있어서다.

아울러 트레이더의 퍼프스 포지션이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가 포지션을 강제 청산할 수도 있다.

퍼프스는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1년간 70% 이상 급등하는 랠리를 지속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카이코의 리서치 팀장인 애덤 모건 매카시에 따르면 올들어 비트코인 전체 거래량의 68%가량이 퍼프스였다. 다만 미국에서는 규제로 인해 최근에서야 퍼프스 거래가 가능해졌다.

퍼프스와 같은 파생상품은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에 큰 수익성을 안겨준다. 금융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 마켓츠는 단순한 주식 거래보다 옵션 및 암호화폐 거래에서 훨씬 더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로빈후드는 지난 2분기 전체 수익의 80%가량이 옵션 및 암호화폐 거래에서 발생했고 주식 거래는 1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