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가상화폐 기업 중 하나인 테더(Tether)가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테더는 최근 뉴욕의 한 스파이 테마 박물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USAT’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 당국의 집중 견제를 받던 테더가 정반대 행보에 나선 셈이다.

USAT 발행을 위해 테더는 미국 최대 가상화폐 커스터디 업체 중 하나인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을 파트너로 택했다. 앵커리지는 최근 통과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부합하는 토큰 발행 능력을 강조해왔다. 테더의 오랜 파트너 칸토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는 준비금 보관을 맡는다.

이번 결정은 무역부 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등 정치권 핵심 인사들이 테더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분위기와 맞물린다. 행사에서 테더는 前 백악관 암호화폐 담당 보 하인스(Bo Hines)를 미국 사업 CEO로 임명했다.

테더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무대에서 “경쟁사들이 미국 내 독점적 환경을 만들려는 압박이 컸다”며 “우리는 시장 최고의 제품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업계 인사 총출동

이번 행사에는 연방 하원의원 브라이언 스테일(공화·위스콘신), 애디슨 맥도웰(공화·노스캐롤라이나)을 비롯해 패러다임(Paradigm) 매니징 파트너 맷 황, 멀티코인 캐피털(Multicoin Capital) 공동창업자 카일 사마니 등 크립토 벤처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과거 워싱턴에서 배척받던 테더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2014년 설립된 테더는 달러 등 기초자산과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왔다. 가상화폐 시장 성장과 비트코인 급등에 힘입어 테더의 USDT는 시가총액 1700억 달러에 달하는 최대 스테이블코인이 됐다. 직원 수는 300명도 안 되지만, 막대한 수익으로 ‘직원 1인당 수익성’ 기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테더는 오랜 기간 불투명한 준비금 운용, 불법 자금 흐름 연루 의혹 등 논란에 시달렸다. 뉴욕 검찰과의 합의, 미 법무부 조사 등 규제 기관의 견제도 이어졌다. 테더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왔다.

7월 지니어스법 통과로 은행과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뛰어들면서, 테더의 미국 진출은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고한다. 테더의 가장 큰 경쟁자는 시가총액 720억 달러 규모의 서클(Circle)의 USDC다. 일부 발행사는 수익 일부를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실험을 하고 있으나, 지니어스법은 테더 같은 발행사가 이자 수익을 배분하는 것을 금지한다.

새로운 미국 스테이블코인 ‘USAT’의 주요 용도는 송금, 국제 결제, 온라인 결제다. 보 하인스 CEO는 연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사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 둘 예정이다. 하인스는 “우리는 시장을 지배하고 싶다”며 “그 무대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